"종말의 날" 최악 산불에 신음하는 지구촌
폭염·가뭄 이은 기상이변 몸살
남유럽에 2주이상 초대형 산불
주민 수천명 피난 행렬 이어져
1987년 산불 악몽 재현 우려도
8일(현지시간)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에비아섬의 구브스 마을에서 주민들이 산불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에비아=AP 연합뉴스]
"밤하늘에 거대한 불길,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 황급히 대피하는 주민과 관광객들. 마치 '종말의 날' 같다."
영국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산불로 밤하늘이 시뻘겋게 변한 그리스 마을을 이렇게 묘사했다.
올여름 세계 곳곳이 불타고 있다. 극심한 폭염과 가뭄에 이어 산불까지 세계가 기상 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이날 '유럽이 불타고 있다'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남유럽 산불을 일으킨 직접적 원인이 번개인지, 아니면 방화인지 확실치 않지만 기후변화가 올여름 극한의 산불 재난을 촉발한 핵심 요인이 됐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미국 서부에 이어 그리스, 터키 등 남유럽 지역에서는 거대한 산불이 2주 가까이 맹렬히 타오르면서 주민 수백, 수천명의 피난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DW에 따르면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등 덥고 건조한 지중해 일대 남유럽 국가에서의 산불은 사실 이전부터 연례행사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이 지역 주민들은 산불에 '잘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다. 방재 전략도 정교히 다듬어온 덕택에 1980년 이후부터는 산불 발생 빈도나 규모도 줄일 수 있었지만 최근 수년간 산불이 잦아지고 규모와 강도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확대됐다. 이 때문에 2017년과 2018년 터키에서부터 스페인까지 대형 산불로 인해 수백명의 목숨이 희생되기도 했다.
과학자들은 극심한 가뭄과 폭염이 이러한 전례 없는 재난을 만들어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 역시 기록적인 폭염이 남유럽을 강타했다. 지난달 유럽의 기온은 사상 두번째로 높았고, 특히 그리스의 경우 이번주 최고 기온이 섭씨 47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남유럽 지역이 최근 30년 동안 가장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리스는 지난 7월25일부터 발생한 산불이 2주 넘게 진화되지 않고 있다. 무려 1500명의 희생자를 낳았던 지난 1987년 산불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미 올들어 이달 5일까지 유럽에서 발생한 산불은 이전 12년 동안의 평균보다 최소 55% 더 많은 면적을 태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정부는 전국적으로 최소한 400곳에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진화에 어려움을 겪자 유럽 각국이 소방관을 급파했다.
유럽이 산불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산림보호 구역으로 지정된 경우 덤불을 쳐내는 등의 활동도 하지 않기 때문에 산불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현재의 방재 정책에는 극심한 폭염에 따른 영향도 반영돼 있지 않다. 게다가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각국의 약속은 '공염불' 수준에 그치고 있어 이런 현실 또한 기후변화의 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헬름홀츠 해양 연구소의 기후 과학자인 모지브 라티프는 "그들(각국 정부)은 계획을 만들고 목표를 설정하지만 실제 행동하지는 않는다"며 각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1990년 이후 세계 탄소 배출량은 60% 늘었다"고 지적했다.
산불 발생으로 이산화탄소 배출 또한 늘어나는 악순환도 계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2017년의 경우 이베리아 반도와 프랑스 남부, 이탈리아 등의 극심한 산불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03년 이후 최대를 기록했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7일(현지시간) 그리스 수도 아테네 북부에서 대형 산불이 다가오자 주민들이 가축을 몰고 급히 대피하고 있다. [아테네=로이터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