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숨진 장남 말하면 안됐다…'공감' 못얻은 바이든 패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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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숨진 장남 말하면 안됐다…'공감' 못얻은 바이든 패착

AtlantaJoa 0 2457 2021.09.05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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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옥에서 불에 타길 바래! 내 형제였어!"

아프가니스탄 카불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자폭 테러로 숨진 미군 장병 13명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온 지난달 29일.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에서 열린 송환식에서 한 장병 유족이 활주로 멀리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고함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인 질 여사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와 함께 군 수송기로 도착한 유해 13구가 차량에 실리는 장면을 40여분간 서서 지켜본 뒤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사 시작에 앞서 각 유족과 개별 면담했는데, 이때도 분위기가 썩 좋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한 유족은 바이든 발언은 대본을 읽는 듯했고 피상적이었다고 지적했다.

다른 유족은 바이든이 죽은 장남 보 얘기를 너무 오래 하는 게 불편했다고 말했다. 시계를 자주 들여다보는 모습에 불만을 토로한 유족도 있었다.

자신이 겪은 슬픔을 바탕으로 비탄에 빠진 사람을 위로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인 바이든 대통령이다. 공감 능력은 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그런 그가 아프가니스탄 대피 막바지에 자폭 테러로 숨진 전사자 유족에게선 왜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을까.

WP와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쟁 중에 자폭 테러로 사망한 미군 장병을 위로하면서 6년 전 뇌종양으로 숨진 장남 보 이야기를 꺼낸 것을 패착으로 꼽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작 이번에 숨진 장병들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고 먼저 간 장남 보 이야기에 치중했다는 게 유족들 전언이다.

숨진 해병대원 재러드 슈미츠의 아버지 마크는 바이든 대통령이 죽은 아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했고, 전사한 군인들 사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나는 그와 그의 아들에게 일어난 일보다 내 아들에 더 집중하고 있었다"면서 "대통령을 모욕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자식을 잊지 못해 그렇게 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또 보 바이든이 전쟁 중 목숨을 잃은 게 아닌데 바이든 대통령은 마치 아들이 이라크전에서 전사한 듯 이야기하는 것도 불편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보 바이든은 델라웨어주 방위군 소속으로 이라크전에 참전했다 귀국한 뒤 2015년 뇌종양으로 숨졌다. 전사가 아니라 질병으로 숨졌는데도 바이든이 '끝없는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아프간 철군을 주장할 때 종종 사례로 언급했으며, 이날 유족들에게도 비슷한 이야기를 반복했다.623ade0a2a858e1ea34b19761b922f7f_1630909847_5983.jpg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6년이 지나도 장남에 대한 기억을 떠나보내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종 연설과 백악관 회의, 심지어 외국 정상과 회담에서 어떤 주제가 나와도 장남과 연결지어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가끔 사담을 나눌 때 보 이야기를 하며 현재 시제로 말하기도 하고, 보의 묵주를 들고 다니는데, 멕시코 대통령과 화상 정상회담 때 꺼내 보이기도 했다.

바이든이 행정부를 구성할 때 죽은 장남의 '입김'이 작용하기도 했다. 러닝메이트로 선택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보 바이든이 델라웨어주 법무장관일 때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으로 일한 인연이 있다.

바이든은 해리스를 부통령 후보로 발표하면서 "보가 얼마나 카멀라와 그가 하는 일을 존경했는지 안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이 결정을 내릴 때 그 점이 내게는 매우 중요했다"고 말했다. "보의 의견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의견은 없다"고 덧붙였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보가 이라크에서 복무할 때 인연을 맺었다. 가톨릭 신자인 오스틴 장관은 보 옆에 앉아 미사를 드렸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은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에 대해서는 "보와 많이 닮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은 지난 1월 취임식에 참석하기 위해 집이 있는 델라웨어주를 떠나기 전 델라웨어 주 방위군 본부에서 연설했다. 보 이름을 딴 건물이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채 "나는 한 가지 후회가 있다. 그 아이를 대통령으로 소개해야 하는데, 여기에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바이든이 지금까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원인 제공과 관련 없는 경우였기에 가능하다는 분석도 있다. 예컨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에 손을 놓은 사이 대규모 희생자가 나왔을 때 바이든은 가족과 친구를 잃은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아픔을 공유했다.

하지만 아프간 철군 중 테러로 숨진 장병들은 바이든이 내린 철군 결정과 작전 실행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경우여서 직간접적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백악관은 바이든과 유가족 만남은 사적인 대화여서 추가로 확인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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